이 책을 선택한 이유?
- 광고의 효과는 엄청나다. 그것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다. 이 책은 오디오북 플랫폼 광고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김혜수 씨가 나와서 책 일부를 실감 나게 연기도 하고 읽어주는 광고였다. 엄청 유명한 광고라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광고 중에서도 이 광고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이유는 내가 죽었는데 사건을 조사하는 것도 나라는 내용이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누가 그를 죽였을까? 그리고 그는 죽었는데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머릿속에서 쏟아져 떠올랐다.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책을 빌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한동안 이 책을 빌리 수 없었다. 몇 날 며칠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나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감상평
- 고등학교 때 개미라는 소설을 익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를 처음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개미 이후 나오는 또는 접하는 책들의 내용이나 전개 방식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 작가와는 거리를 두고 지내왔었다.
그러다가 홀린 듯 김혜수 언니 광고를 보고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책을 읽는 순간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재미를 느꼈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작가 특유의 이야기 전개 방식에 다시 풍덩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 책은 특이하다. 살인사건이나 범죄가 나오는 책 특유의 특징들이 전혀 없다. 어둡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흐름이 아니라 일상생활 이야기하듯이 내용이 흘려간다. 물론 책 중간에 튀어나오는 프랑스 감성은 어쩔 수 없다. (작가가 프랑스인인걸 어찌하랴.)
분명 광고에서는 무섭고 음침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막상 책은 너무 평범하다. 너무 평범하다 못해 주인공이 찌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모두가 용의자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지만 범인을 찾겠다는 의지는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하다. 오히려 다른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가령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생각은 '그래서 모든 책은 문학 비문학 가리지 말고 작가라고 인정해주며 열심히 읽자.'이다. 종이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문학상을 받은 책들이 얼마나 고상하며 대중을 압도할 만한 정신을 가진 책이 얼마나 될까? 설령 그런 완벽한 글이라고 해도 그것을 읽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부터도 정신 차리고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있다. 책을 읽고 있지 않을 때는 내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한 달 혹은 몇 달이 훌쩍 지나가 있기도 하다. 이젠 세상에 책 말고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영화조차 지루해서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본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들만의 리그처럼 책의 수준을 운운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수준 미달이라고 할 만한 책, 가령 너무 폭력적이거나 인권을 짓밟거나 비정상적 고정관념으로 가득한 책은 문학계에서 퇴출시켜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세분화해서 싸우지 말고 대통합을 이루어서 새로운 미디어들과 오히려 싸워야 한다. 작가도 이런 생각으로 이 소설을 쓴 것 같기도 하다. 제 아무리 잘 나가는, 잘 나가던 작가여도 새롭고 흥미로운 미디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힘이 없다. 분명 문학만이 가지고 있는 힘은 있다. 영상과는 다르게 행간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과 의미들이 있다. 이것들을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다.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넷플릭스도 보고 디즈니 플러스도 보면 분명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다. 글이 주는 재미가 짧은 영상에서 주는 재미에 영향을 주고 긴 영상에서 주던 재미가 글에서 다른 느낌으로 영향을 주어 각기 다른 것을 즐겨도 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다. 영상의 시작도 곧 글이며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걸 죽은 나를 통해 옛 작가들을 불러 모아 현세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생각들은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걸 표현한 것 같다. 덤으로 인생 의미도 찾고 살인범도 찾는 일석삼조 이야기다. 내가 이 책에서 찾는 철학적 혹은 근본적 질문은 이것이다.
이 소설 장점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는 점이다. 독자가 가볍게 읽으면 세상 쉬운 책이 된다. 반대로 무겁게 읽기로 마음먹으면 철학적 질문이 끊임없이 나오는 책이다. 가볍게 읽을 때는 그저 사후세계가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한 소설이 되지만 철학적 질문을 찾으면 수십 개도 찾을 수 있다. 내가 찾은 질문은 위에 써놓은 것과 같은 '책'이지만 인생 의미가 될 수도 있고 사랑이 될 수도 있다. 이건 이 책을 읽는 시점에서 독자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롭다. 또한 역시는 역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는 시간이 지나간다고 세상에서 잊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잠시 개인적으로 멀어져서 한동안 잊혔지만 또 이렇게 다시 나에게 큰 선물을 준다. 또 언제 다시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선물을 받길 기대해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장면)은?
- <나는 왜 죽었지?>가 아니라, 보다 근원적이고 신비로운 질문이 그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왜 태어났지?>
이 책은 죽음에서부터 거꾸로 탄생으로 가고 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모든 이들은 죽은 이가 왜 죽었지? 왜 그렇게 죽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굉장히 궁금해한다. 많은 소설, 영화, 이야기에서 그렇게 다루었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피해자 사연이 나오긴 하지만 정말 그가 말하고자 하던 살고자 하던 인생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위의 장면이 인상 깊게 남았나 보다. 죽음보다는 탄생에 초점이 맞추어진 그 기묘한 관점이 너무 새로웠다.
삶을 살고 있을 때는 참으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나 또한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한다. 하지만 내가 죽었을 땐? 과연 내 존재 이유에 대해 말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내 죽음을 죽음이 아닌 또 다른 탄생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가볍게 책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정말 생각 없이 읽기 좋습니다. 읽다가 생각하기로 마음먹기도 쉽습니다. 책 읽는 것을 다시 시도하고 싶은 분들에게 시작 도서로 좋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점점 어려운 책으로 넘어가도 좋고 또 다른 가벼운 책으로 넘어가도 부담이 없습니다. 일단 우리에겐 책을 다시 읽는다는 시도가 중요하고 거기서 얻는 성취감이 중요한 것이니! 이 기회에 이 책을 이용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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