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한 이유?
- 도서관에서 원래 보고자 했던 책이 한 권도 남김없이 서고에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무언가 익숙한 이름의 책을 집어서 빌렸다. 휴가 기간 내 목표는 책 한 권 완독이기에 무조건 책 한 권은 빌려야 한다. 그래서 평소에 내 취향 책 제목을 스크랩하는데 그중 하나가 있길래 빌려와서 본 것뿐이다.
감상평
- 책 자체는 흡입력이 굉장히 좋다. 읽기 전엔 책이 좀 두꺼운 것이 아닌가 했다. 육아를 하면서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에 내가 이걸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책이 술술 너무 잘 읽힌다. 책 읽는 속도가 정말 느린 편인데도 불구하고 아이 낮잠시간을 활용하니 일주일도 안돼서 완독 했다.
의학적 용어도 꽤 나오고 인물의 앞뒤 사정도 알아야 하고 생각보다 분명히 복잡한 글 같은데 작가의 말대로 인터넷에 올라왔던 글이라서 그런지 읽기 편했다. (아마 변역을 기갈나게 하신 것 같다.)
흔히 지루한 책에서 느끼는 쓸데없는 서사도 없고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핵심만 바로 이어나가니 책을 보는 느낌보다는 정말 인터넷에서 가볍게 짧은 글 한편 읽은 느낌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책이 소설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 읽고 나면 오히려 머릿속이 더 아리송해진다.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님 번역된 글을 읽어서 현실감이 덜 한 건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핵심 등장인물의 어린아이 시절이 나오다 보니 전에 읽었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의 내용과 겹쳐서 감정적으로 애매하게 힘들었다. 애매하게 들었다는 말을 정의하기 어렵지만 정말 애매했다.
슬픔과 분노도 아니고 현실성이 없는 느낌이다 보니 안타까움도 아니고 그저 안갯속에서 이 모든 감정을 내가 삼자로 바라보는 느낌이다. 모든 감정들이 명확하고 온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작가는 이런 기분을 노린 것일까?
한편으로는 책의 모든 내용이 믿음도 간다. 세상엔 워낙 다양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과연 진짜 그 환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내가 상상하는 그런 것이 맞는 것일까?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되네이고 있다.
분명 우리 대부분은 어린 시절 무언가를 무서워하고 무언가에 두려움을 가지고 살았다. 자라는 동안 자연스럽게 사라진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라지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 모두 괴물에게 먹히거나 괴물이 되진 않았다. 설령 그중 아주 희박한 확률의 환자라로 해도 책 내용과 같은 일은 솔직히 믿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과연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 것인지 의문이다. 모든 어린 환자를 유심히 관찰하며 의심해서 괴물이 다시는 사회에 활개 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 것인지 그 괴물마저도 환자로 대해야 한다는 것인지 괴물을 찾아내서 처단해야 하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글은 명확한데 작가 의도는 명확하지 않다.
한편으로는 저런 일을 겪었지만 한 의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잘 극복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일종의 자기 위안 기록일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확실히 작가의 입장에서 쓰인 글이라서 그 환자에 대한 감정이입보다는 작가 자신이 느낌 감정의 서사가 많아서 가끔의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공포스럽지도 않고 현실성이 너무 없지도 않은 정말 신묘한 일을 겪은 친구의 이야기 같다. 그래서 결론은 아직도 나는 그 환자의 대해 여전히 의문점이 많고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괴물로부터 내 자식은 잘 지켜야지 하는 이상한 다짐을 하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장면)은?
- '나 같은 것은 먹이가 될 기회가 없었다'라며 놈이 얼마나 우쭐했는지 떠올려 보면, 함축된 의미에 몸서리가 쳐진다.
위의 문장을 소설을 다 읽은 후에도 계속 곱씹어 보았다. 그러나 나는 끝내 그 함축된 의미를 찾지 못했다. 왜냐면 그것의 존재가 무엇인지 아직도 명확하게 모르겠다. 글쓴이는 아는 것 같은데 내 상식과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그것을 정의할 수 없다. 그래서 저 문장을 보고 또 보아도 수수께끼 문제를 마주한 기분이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미스터리, 추리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공포스러운 것을 좋아한다면 글쎄요. 이 책은 알쏭달쏭하지만 공포스러운 부분은 많이 없어서 공포물에 무게를 두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시시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정체나 이 사건의 원인이 뭔지 추리하는 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글이 전개될 때마다 그 환자에 대한 정보가 매우 친절하게 소개되어 이리저리 머릿속에서 조합하는 재미가 있고 독자가 가진 정신의학적 지식을 활용하면서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꽤 흥미로운 독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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