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한 이유?
- 상큼하고 솜사탕 같은 연애 이야기 같은 제목과 표지가 날 유혹했다. 도서관의 많고 많은 신작 도서 중 연보랏빛 표지가 내 마음에 콕하고 박혀버렸다. 배경지식 하나 없이 그저 연보랏빛 행운이 나에게 올 것 같은 느낌 하나로 선택했다.
감상평
- 표지만 보고 선택했다가 예상밖에 내용이 나와 당혹스러웠다. 끝내 오열을 하며 책을 마무리했지만 여운이 길게 가는 책이다.
너무 여운이 길게 가서 감상평을 쓰는 지금도 마음이 괴로워서 피하고만 싶어 진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한 단어는 '가정폭력'이다.
절대로 가이 있어서는 안 될 두 단어가 나란히 있는 기괴한 단어.
예민하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책은 너무나도 담담하다. 그러나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흘러넘친다.
피해자인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야기가 흘려가다 보니 내가 생각지도 못한 감정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나의 마음을 무겁게 괴롭히고 복잡하게 만든다.
소설 초반에 물리적인 폭력을 당하는 아이만 봐도 마음이 무겁고 죄책감이 든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아이뿐만 아니라 정서적 폭력을 당하는 아이가 등장하니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세상엔 자극적인 물리적 가정폭력만 떠들썩하게 알려진다. 실제로 뉴스에 보도되는 아동학대 대부분이 학대 살인이다. 그러나 가장 경계하고 의식해야 할 정서적 학대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이들에게 정서적 폭력을 사용한 것은 아닌지 되네이게 된다.
아이가 있는 지금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우리 아이 가능성을 위축시키고 용기를 꺾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책 내용을 많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세명의 아이들을 보면서 실제로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1분 1초가 어떤 의미일지 너무 뼈저리게 와닿았다. 그러면서 코로나 시대 학교에 갈 수 없는 그 많은 시간들을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어른인 나는 한심하게 뭐 하고 있는가라면 자책하게 된다. 솔직히 이 책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여전히 뉴스에서는 자극적인 아동학대, 아동 살인 이야기만 나오지만 일단은 내 주변에 있는 아이들부터 관심을 가져야겠다. 코로나 시대만 아니라면 동네에 있는 아이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되니 안타깝다. 그리고 책에서 한 아이가 어른들에겐 기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너무도 슬펐다. 분명 처음엔 그 아이도 어른들에게 희망을 걸고 자신의 인생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것을 보았을 것인데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그 아이의 마음에 또 다른 상처를 주었을까? 내가 실제로 그렇게 될까 봐 너무 두렵다. 고깝고 어줍지 않은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진 않을지. 가정에서 받는 상처로 이미 더 이상 상처 날 곳도 없는 아이에게 오히려 더 무겁고 아픈 상처를 주진 않을지 너무 두려워서 코로나를 핑계로 주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도 그런 자신에게 분노하며 슬퍼하며 이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간사한 것이 내가 혼자일 때는 가정폭력에 대해서 공감하는 마음보다는 머리로 이해하며 사람으로는 응당 그러면 안 되지 라는 조금은 이성적인 자세가 강했다. 하지만 임신을 겪고 아이를 키워나가면서는 오히려 공감으로 가정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나가기도 하고 주변을 더 자주 살피게 된다. 또한 가정폭력이라는 것을 책에서만 언론에서만 보던 단어같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또 일어나고 있다고 인식하고 진지하게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면서 대비할 수 있게 변했다.
이 책에서는 결말을 통해 그래도 아이들은 강하다 라고 말해주려 한다. 주제넘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폭력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은, 설령 살아남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은 강하다.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생각을 하며 그 시간들을 버티고 이겨내 왔다.
세상의 모든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너는 정말 강한 사람이다. 나보다도 그 사람보다도.
마지막으로 작가에 말을 꼭 읽어 보았으면 한다. (사실 나도 작가의 말은 거의 안 읽고 책을 덮는다.) 살아남을 아이도 살아남은 아이도 그리고 그 외 모든 아이였던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와 반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장면)은?
- 최 감독의 말에 은재는 코웃음을 친다. 그 말을 믿지 않는 거다. 너무 많은 어른들이 그래 왔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린아이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절망적인 표현 것 같다. 이 세상에게 그 누구에도 기댈 수 없는 말. 사람의 사회적 동물이라는데 그 본능마저 저버리게 하는 말이다. 정말 빈껍데기로 만들어 버리는 말이다. 아이가 견딜 수 있는 힘도 시간도 앗아가 버리는 표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부모에게 희망을 걸고 사랑하는데 그 모든 것이 갈 곳이 없어서 아이 안에서 무너 저버렸다. 무너지기까지 정말 어른들은 무엇을 했을까? 나 하나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의도적으로 피하는 사이 한 아이는 그저 생명만 연명한 껍데기에 불과한 상태로 내가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 가슴이 한 번 더 무너지고 만다. 정말 이제는 가볍게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해 너를 위해 그리고 내 아이를 위해.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이건 모든 사람들이 꼭 봐야 하는 책입니다. 내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지식이 많은 사람인지 정이 많은 사람인지 상관없이 모든 성인들은 필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이 책은 작가가 쓴 것이 아니라 그 당사자가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잔인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책입니다. 모든 이들이 보고 모든 이들의 유년시절이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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