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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타고/19 TAIWAN

[대만여행]가자! 미식의 나라로! 1일차

by 쟁(Jeng) 2020. 2. 27.

이번 여행기를 다르게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동안 여행기는 정말 단편적으로만 사진에 대한 설명 정도의 글만 쓰고 기록하는 데에만 치중 한 느낌 있었다.

돌이켜보면 많은 곳을 다녀왔지만 시간이 지나 남에 따라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도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

사진은 많이 남아있으나 정말 사진만 남은 느낌이다. 그 당시 같이 갔던 일행들과 이야기할 거리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없어지고 부정확해 간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거기서 보고 느낀 것 위주로 쓰자고 다짐했다.

물론 이 다짐은 여행 갈 때부터 있던 다짐은 아니다. 다 갔다 오고 나서 정리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문득 이렇게 하고 싶어 졌다.

나의 대만 여행은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고 결혼기념일로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으나 남편은 회사일로 절대로 시간을 뺄 수 없다는 통보를 했고 같이 갈 친구도 없어서 슬퍼하던 때에 마침 휴식기를 가지고 있던 시누이와 함께 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미리 신청해야하는 특별식(과일식)

나는 언제나 비행기 멀미를 조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2시간 이상 비행시간이 있는 나라를 방문할 때 저가항공은 꿈도 못 꾼다.

게다가 멀미를 하니 먹는 것도 조심스럽다. 이날도 역시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식을 미리 요청해서 받았다.

과일의 맛은 아주 나쁘지도 않고 아주 맛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무 일 없이 가는 게 나에게는 더 중요 사항이기 때문에 맛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확실히 우리와 다른 기후를 가진 나라의 숲은 느낌이 다르다.

대만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상태로 여행을 왔다. 미디어에서 접해 본 대만이 전부이다. 내가 접한 대만의 모습은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이 많은 나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느낌이다. 대만에는 어떤 유적지가 있는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무슨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지 등 정말 유명한 음식 말고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부끄럽지만 왜 대만과 중국이 사이가 안 좋은지 지금도 사실 정확히 모른다. 그저 공산당을 세울 때 의견이 많이 갈리던 장제스를 중심으로 대만이 만들어졌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나마 대만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 즐겨보던 대만 드라마 '유성화원(꽃보다 남자'), '아지희환니(장난스런 키스)'와 최근 인기가 있던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가 있다. 대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정말 대만인들은 일본을 좋아하고 일본문화가 그들의 문화에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일본어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나오고 일본어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묘사도 많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대만 특유의 문화나 볼거리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는 길에 보이던 대만의 풍경은 나의 생각이 정말 편견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일본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의 주택들과 울창한 숲과 잎이 넓은 푸른 나무들을 보니 정말 다른 나라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나라라는 것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정말 찐한 육수가 시각적으로도 느껴지는 우육면

간단하게 숙소에 짐을 풀고 쉴 시간 없이 다시 번화가로 나왔다. 낯선 곳에서 유명한 맛집을 찾는 것은 의외로 어려우면서도 쉽다.

특히 한국인들이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이라면 굳이 자세한 정보를 찾지 않고 그 근처만 가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실 좀 게을러서 맛집에 대한 정보수집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때 그 장소에서 느낌으로 가보고 싶은 집을 찾아 들어가 먹는 형식이다. 그러나 이 여행은 나 혼자 온 것이 아니다. 가깝지만 아직은 먼 사이인 시누이와 함께 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준비를 해야 했었다. 그래서 조금 준비한다는 게 숙소에서 출발하기 전에 맛집 검색하기였다.

그래도 너무 한국인들만 가는 맛집은 해외여행 온 기분이 안 들 것 같아서 그나마 정보가 조금이라도 없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그래서 선정된 시먼딩에 있는 '푸홍뉴러우멘'이다.

빨간 큰 글씨가 인상적인 현지인 맛집 같은 분위기를 내뿜는 가게의 외관이 썩 마음에 든다. 확실히 더운 나라여서 인지 식당 안과 밖에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오래된 가게의 분위기를 풍긴다. 길거리 쪽에서는 열심히 고기를 삶고 국수를 만들어낸다. 가게 안쪽에 손님들을 위한 식탁이 마련되어 있다. 확실히 현지인 맛집인 것 같다. 메뉴판에 온통 한자뿐이다. 그 흔한 알파벳 한 자 없다. 대충 블로그에서 본 대로 우육면 작은 걸로 하나씩 주문했다. 식탁 위에서는 갖가지 양념들이 많이 있었는데 도통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나마 매운 걸 잘 먹으면 시도해 볼 텐데 매운 것도 신 것도 잘 못 먹는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현지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우육면을 재탄생시켜 먹고 있었다. 괜히 그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설렁탕 잘 조합해서 먹을 줄 아는데 한국 놀러 오면 그 모습 보여줄 수 있는데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우육면을 맛보았다. 많은 블로거들이 표현한 대로 갈비탕 맛이 많이 난다. 그러나 확실히 우리나라 갈비탕보다 찐하고 짜다. 또한 면에 육수가 베어 들지 않는 느낌이라서 자칫 조화롭지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호불호 없이 먹을 만한 음식이다.

나의 입맛은 워낙 싱겁고 담백한 것을 좋아해서 우육면의 경우 모든 재료들의 맛이 강하게 다가왔다.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자주 소개됐던 왕자치즈감자
한때 롯데리아에서도 출시한 적 있는 닭튀김 지파이

가성비 좋은 우육면을 배불리 먹지 못하고 군것질거리가 많다는 시먼딩의 한 복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시먼딩은 우리나라 명동과 같은 곳이라는 것을 몰랐다. 정말 사람도 많고 상점도 많고 호객꾼들도 많은 복잡한 거리에서 우리가 원하는 간식거리를 사기란 매우 어려운 미션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사람들에 휩쓸려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보니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는 있었다. 우선 왕자 치즈감자의 경우 시먼딩의 주 거리가 아닌 골목길 같은 곳에서 포장마차 형태의 가게에서 팔고 있다. 주변엔 소시지나 빙수, 심지어 버터에 구운 가리비도 같이 팔고 있었어 흡사 간식의 거리에 온 느낌이 들었다. 참고로 소시지도 매우 맛있어 보이게 그릴 위에서 익어가고 있었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관계로 소시지는 눈으로만 담았다.

왕자 치즈감자의 경우 스린야시장이 제일 유명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맛집 정보를 잘 찾지 않는 사람이다. 그저 대만에 가면 꼭 왕자 치즈감자를 먹어봐야지!라는 소박한 꿈만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이 가게가 원조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치즈에 푹 빠진 저 감자를 먹는 것만 중요했다. 옥수수와 베이컨도 곁들여주는데 베이컨을 빼 달라는 요청은 언어의 장벽에 막혀하지 못했다. 스스로 안 먹는 수밖에 없다. 옥수수와 체다치즈로 추정되는 치즈, 감자의 삼위일체의 맛은 참으로 맛난다. 짜면서도 고소하고 달고 그러나 그 맛들이 너무 두드어지지 않고 적당해서 배가 고픈 상태라면 두 그릇 정도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다른 간식을 먹어야 하기에 아쉬움을 담아 한 그릇만 먹고 시먼딩의 주 거리로 나왔다.

시먼딩 거리에서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유난히 사람들의 줄이 긴 가게가 하나 있었다. 무엇을 팔든 줄이 어마어마하게 긴 가게라면 최소한 맛없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홀리듯이 나도 사람들에 합류에 줄을 슨다.

어마어마하게 긴 줄의 정체는 닭을 얇고 넓게 펴서 튀겨낸 지파이이다. 닭은 실패할 수 없는 요리 재료이다. 한국 통닭만 먹어봤지 이런 식의 닭요리는 처음이라 굉장히 신기했다. 그리고 정말인지 넓게 펴서 크기가 웬만한 성인 얼굴만 하다.

맛은 갓 튀겨낸 튀김요리를 먹는 것이라서 굉장히 맛있다. 하지만 닭튀김이기 때문에 여기만의 특별한 맛을 기대하긴 어렵다. 분명 튀김옷에 여기만의 비법이 있겠지만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평소에 먹던 맛있는 닭튀김 맛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양이 굉장히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와서 첫날 먹었던 음식 중엔 이게 최고였다. 지파이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음식이다!

시먼딩의 밤은 우리의 밤처럼 화려하다.

겨우 간식 두 개밖에 먹지 못했는데 위는 오늘의 용량을 초과해버렸다. 시차는 많이 없으나 그래도 순조로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무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호텔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무심코 쳐다본 시먼딩의 모습은 언제나 화려한 관광객들의 밤 같다. 

아직 첫날이지만 홍콩 같기도 하고 서울 같기도 하고 도쿄 같기도 한 이 번화가가 정말 대만의 모습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분명 대만인들이 만들어 놓은 도시의 풍경이지만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 같기도 한 미묘한 느낌이 든다.

며칠이 지나면 이런 느낌은 다시 사라지고 정말 대만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정신없기만 했던 첫날의 마무리는 아무래도 호텔 안에서 먹는 야식으로 해야겠다. 

이젠 여행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편의점 털기

이젠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마트나 편의점에 들려 소소한 간식거리를 사는 것은 필수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거기에다 나만의 방식을 덧붙이자면 나는 꼭 우유를 사 먹어본다. 예전 태국 여행에서 무심코 사 먹었던 우유가 굉장히 맛있었다. 그 이후로 여행 가는 나라의 우유를 먹어보면서 나만의 맛있는 우유 나라 순위를 메겨보곤 한다. 아직까진 태국이 1위다. 대만은 과연 내 마음속 우유 나라에서 몇 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들은 편의점에선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우유를 찾기 어려웠다. 일본 제품은 아무래도 피하고 싶었는데 생각 의외로 일본산 제품이 많았다. 그나마 진열대에 남았는 중국이나 대만산 제품인 것 같은 시리얼과 함께 먹는 우유를 구입했다. 그리고 대충 사진으로 추측해서 우리의 하루야채와 비슷할 것 같은 과일 채소주스도 하나 선택!

오늘은 배가 많이 불러서 분명 못 먹고 내일 아침이나 돼서 맛을 봐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진 대만은 나에게 미식의 나라이다.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의 대만이 나를 반겨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