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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타고/19 TAIWAN

[대만여행]한국과 묘하게 다른 대만의 정원을 만나다! 3일차

by 쟁(Jeng) 2020. 6. 18.

오늘도 나를 특별한 사람인것 처럼 만들어주는 룸서비스 조식이다.

오늘은 분위기 좋은(인생 사진 찍히는) 자연과 함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임가화원과 단수이를 방문할 예정이다.

우선 날이 더워지기 전에 야외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가화원을 먼저 방문했다. 임가화원은 개인 정원으로 중국 푸젠성에서 타이베이로 넘어온 임 씨 가문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가화원은 조경적으로 아름답다고 유명해서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식물들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방문했다. 처음 입장했을 때는 식물에 대해 많은 지식은 없지만 그래도 특이한 식물이 가득해서 이 정원이 유명한 것은 아녔구나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솔직히 화원에 처음 들어서면서 한동안은 조경의 정수라던지 무엇이 여길 유명하게 만들었는지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 덥고 시끄러운 도시 가운데 조용하고 녹음 가득한 공간이라는 점이 마냥 좋기만 했다. 천천히 녹음을 즐기며 걷다 보니 한국의 전통 건축에서는 느낄 수 없던 특징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양건축에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그래도 명색이 건축과 졸업생인데 이런 곳에 와서 느끼는 바가 없다면 부모님이 대학 등록금 내주신 것을 후회하실 것이다. 그리고 절대 아무것도 못 느낄 정도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만 허락한다면 여유롭게 하루나 반나절 여기에서만 시간을 보내도 절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대만 여행 오기 전에 여기에 대해 알지 못해 사전 공부를 하지 못한 점과 내가 영어와 중국어를 잘하지 못해 안내판이나 책자를 잘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왼) 임가화원의 입구. 오른) 임가화원 내부 건축물 천정장식

임가화원 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독특한 창이다.

담과 회랑의 벽에 창이 있는데 단순한 창으로써의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미적으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문양으로 창을 만들어 놓았다. 화원을 둘러보면서 창만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있으며 창을 통해 이 공간의 분위기는 이런 느낌을 의도했구나라고 어림짐작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요소를 구현할 수 있는 임씨들은 부장 중에 부자였구나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벽화 대신 무늬 창을 활용하여 단순하고 지루하며 평범할 뻔한 담장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두 번째로 인상 깊은 것은 호수가 조성된 정원 구역이었다.

처음 이 정원에 들어섰을 땐 인공호수가 있는 여타 내가 알던 정원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자에 앉아 가만히 정원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그저 커다란 바위 덩어리를 가져다 놓을 줄로만 알았는데 그 바위가 사실은 고향의 산을 연출한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바위 사이를 거닐 수 있게 만들어서 작지만 중국 본토의 산을 등산하는 기분이 들게 하였다. 여기서 임씨가문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분명 내가 느끼지 못하는 곳곳에 고향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신경 써서 조경을 했을 것이다. 이 작은 바위 산만 보아도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임씨가문도 뿌리는 중국 본토인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붉은색을 많이 사용한다. 기본 벽은 붉은 벽돌과 색이 진한 황토벽이다. 하지만 그 시절 임씨가문의 부를 뽐내고 싶어서인지 건축물에 생각 의외로 푸른색을 만이 사용하였다. 묘하게 붉은 벽돌이나 고동색의 목재와 함께하는 푸른색은 조화가 잘되어 각자 서로의 색을 덮치고 방해하는 것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더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임가화원을 나서면서 주변 길거리를 돌아다녀보면 생각보다 화려한 불교사원을 도심 곳곳에서 맞주치게된다. 우리는 불교사원이라고 하며 고즈넉한 산속에 단아한 모습으로 위치한 모습을 일반적으로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대만은 태국과 비슷하게 도심 안에 사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태국 못지않게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임가화원을 나와 단수이로 가기 전 타이베이에 왔으면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한다는 딤섬을 먹기 위해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으로 향한다.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 앞엔 유명하다는 '팀호완' 식당이 있다.

체인점이고 워낙 많은 사람들의 후기가 있어서 최소한 맛있지는 않아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으로 '점심특선'을 주문했다, 대만 내에서는 유명하다는 BBQ번과 아침햇살 같은 음료수, 새우 딤섬, XO소스 볶음밥, 그리고 장편이 차례대로 제공되었다.

우선 중화음식이 은근히 안 맞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무난하지만 꽤 맛있는 음식들이다.

특히 BBQ번은 바삭한 빵의 식감과 짭조름한 고기양념속이 조화를 잘 이루어서 짜지 않게 색다른 느낌의 식감과 맛을 선사해준다. 딤섬이나 그 외 음식은 다른 곳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BBQ번만큼은 팀호완에 방문했다면 꼭 한번 드셔 보시길 바란다.

단수이는 대만을 찾는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지역이다. 단수이까지 지하철이 잘 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다. 빠리가 가장 유명하지만 오늘은 빠리가 목적이 아니고 '홍마오청'이 목적이기 때문에 빠리는 잠시 더위를 식힐 겸 앉아 짧은 감상으로 관광을 대처한다.

홍마오청은 '붉은 머리 요새'라는 뜻을 가진 관광지이다. 여기가 유명해진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알려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인뿐만 아니라 대만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이다.

홍마오청은 영국과 네덜란드 건축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공간으로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곳이다. 붉은 벽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건축재료인 것 같다.

홍마오청 입장권에 그러 져 있는 건축물은 감옥으로 활용되었던 곳으로 둘러보면 확실히 수감자와 집주인의 도선 분리가 확실하다. 이 점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그 당시 조인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야외 공간이 주어진 평면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옛 감옥이라고 하면 서대문형문소를 대표적으로 떠올리는데 거기는 정말 인권이라는 것 자체를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공간이다. 그러나 홍마오청의 감옥은 작지만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면서도 감옥으로써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한 충격으로 기억에 남는다.

특히나 영국영사관으로 사용된 적이 있는 건축물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가구나 생활방식을 전시해놓아 당시의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확실히 건축 구조에서 유럽인의 생활양식이 확연하게 들어난다. 아궁이가 있어야 할 주방에는 철제식 오븐이 있으며 입식 생활에 맞는 다른 조리도구와 가구들이 배치되었다. 우리의 전통 생활방식보다는 지금의 생활방식에 더 닮았다. 그래서 레트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에서 당장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가구 등이 관리가 매우 잘된 편은 아니지만 오리혀 그 낡은 느낌이 이 곳의 분위기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홍마오청에서 내부보다는 실외에 관심이 더 많다.

난간은 19세기 서양에서 유행하던 도자기 꽃병모양의 난관과 부을 상징하는 돈모양의 통풍구가 인상 깊다.

빨간 벽돌집에 청녹색을 한껏 먹은 나무와 작은 관상용 식물들의 강렬한 색 대비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기 충분하다. 또한 건축물 외형도 붉은 벽돌이 두드려지도록 난간 같은 부분은 청색으로 장식하고 최소한의 색을 쓰며 기둥이나 외벽에 벽돌로 무늬를 넣어 건축물을 치장했다. 

눈부신 햇빛을 가득 품은 깨끗한 파란 하늘과 녹음 그리고 붉은 벽돌이 합쳐진 이 곳이야말로 어디서 찍든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는 완벽한 배경이다. 그래서인지 실제로도 내부보다 외부 이곳저곳에서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 명확한 색의 조화에 나도 모르게 자꾸 촬영 버튼을 누르게 된다.

홍마오청에서 나와 단수이역으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진리대학도 유명한 곳 중 하나이다. 이곳은 대만 최초의 서양식 대학이면서 홍마오청과 비슷한 매력을 뽐내는 건축물이 많다. 아직도 실제 대학으로써 기능을 하는 곳이라서 캠퍼스 구경은 하지 않고 사진만 찍고 아쉬운 발길을 역으로 향한다. 

단수이 지역은 붉은 벽돌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주변의 학교, 교회, 개인 주택까지 작은 부분까지도 벽돌을 활용하여 독측한 무늬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무늬기에 굉장히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단수이의 붉은 벽돌과 푸른 나무, 형형색색의 꽃이 어울러지는 느낌을 가장 잘 나타낸 사진이다.

미식의 나라라고 잘 알려져 있는 대만에서 맛집을 찾는 것은 아주 쉽다. 그러나 나는 블로그에 나와있는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맛집보다는 현지인들에게 인기있는 장소를 가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요즘 대만 젊은이들에게 떠오르는 초밥집 '수인상회'이다.

일단 우리나라의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카페나 음식점을 활용한 곳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우선 입장하면 수산시장 같은 수조들이 넓은 공간에 꽉 차있다. 수조에는 저마다 꽃게, 딱새우, 전복 등과 비슷해 보이는 해산물로 꽉 채워져 있다. 입구에서부터 해산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단을 이용해 반층 정도 올라가면 드넓은 공간에 칸막이 없이 식당, 마트 등의 공강이 나누어져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일단 마트는 해산물을 이용한 제품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일반 마트보다는 감성 마트같이 제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바로 앞에 수조가 있다 보니 같은 기성품이라도 더 신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트 옆엔 조그마하게 소품점과 꽃집이 있다. 처음엔 너무 어울리지 않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데이트하려 온 사람들이 꽤 있어서 은근히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초밥집은 주인공답게 건물 정가운데 위치한다. 식사는 오픈 주방 앞 아일랜드 식탁에서 먹어도 되고 밖에 테라스에서 먹어도 된다. 물론 일반적인 식탁도 준비되어 있다. 테이블이 꽤 많이 배치되어 있지만 인기 장소인 만큼 대기시간도 상당하다. 우리는 시간 많은 관광객이니 기다렸다가 주방 앞쪽에 자리 잡아 식사를 했다. 주문할 때 대부분 영어로 소통이 되긴 하지만 식자재를 한자나 영어로 모르니 그냥 주변 둘러보고 손짓으로 주문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초밥 수준은 매우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운 느낌을 받을 것이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의 초밥이지만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초밥은 동네 일식집 수준과 비슷했으며 같이 나온 오징어구이나 샐러드의 양은 굉장히 적게 느껴졌다. 심지어 입맛에 찰떡으로 맛있지도 않았다. 특히나 된장국은 한국에서 알던 된장국과 다르게 생선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인지 된장국은 살짝 비렸으며 매우 짰다. 또한 인기 있는 식당이다 보니 분위가 매우 정신없고 시끄러웠다. 외국인으로서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종업원을 붙잡고 뭘 물어보기도 힘든 상황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음식을 먹는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단, 인스타 속 감성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여기는 추천한다!

영어로 표시되어 있어서 무난하게 주문 할 수있었다.

거의 타이베이를 수직으로 이동했던 날인지 너무 피곤했던 하루였다.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느낌의 대만을 만나고 온 것 같아서 보람된 하루이기도 하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를 가진 것 같지만 자세히 보다 보면 또 너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느낌 때문에 몸은 힘들어도 여행을 계속하는 것 같다. 항상 같은 곳을 가더라도 하루쯤은 관광객의 눈으로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 느껴지고 내 일상 공간이 색다르게 나에게 다시 다가올 것이다.

여행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