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면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타이베이 근교에 있는 온천마을을 다녀올 예정이다. 인터넷이나 TV에서 인생샷 찍을 수 있는 온천장은 이미 예약불가이기 때문에 따로 온천장을 예약하지 않고 출발한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걱정보다는 기대를 안고 하루를 시작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둘러 호텔에서 나왔다.
역시 아침밥을 조금이라도 먹어야 힘이 나기 때문에 그동안 너무 궁금했던 편의점 어묵을 사 먹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만 편의점에서는 어묵을 진짜 많은 종류로 판매한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도 이렇게까지 어묵을 파는 것은 못 보았고 심지어 계절 음식이라서 겨울에만 파는데 여긴 사시사철 어묵을 잔치 수준으로 판매한다.
내가 아는 대만은 분명 겨울이 길거나 기온이 낮은 나라가 아닌데 어째서 일까?
우라이 온천마을을 가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파랑 버스 타고 분당에서 종로 가는 느낌이랄까? 먼 것 같지만 생각보다 멀지 않다. 대략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사이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가는 법은 많이 있으나 귀찮거나 걷는 거 싫어하면 그냥 버스 타고 조금 시간 걸려서 한 번에 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이 방법으로 갔다.)
버스 창으로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물색이 달라진다. 버스에서 내려 가장 나를 먼저 반겨주는 풍경은 엽서 한 장이다.
옥색 강과 빨간 다리.
날이 흐렸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대비되는 색으로 인해 머릿속에 콕 박히고 만다.
점심시간쯤 마을에 도착했기에 우선은 배부터 채우고 구경하기로 한다.
중국말은 하나도 모르니깐 그냥 블로그 찾아서 사진 보여주면서 주문 완료.
찰밥은 생각보다 맛있다. 흰쌀밥 아니면 밥 안 먹는 편식쟁이에게도 살짝 단짠을 선사해주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계란 전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계란부침이라고 해야 하나 계란에 채소 몇 가지 섞어서 부쳐낸 계란은 딱 우리가 아는 맛이다. 두께가 생각보다 두툼해서 케첩을 추가로 줬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별미는 새우튀김이다. 새우껍질에 거부감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굳이 껍질은 잘 안 먹는데 너무 바삭하고 짭조름하게 잘 튀겨진 새우는 정말 없어지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다.
날이 좋았다면 기차가 운행했을까?
비가 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비가 너무 많이 온 것이 문제였다. 기찻길이 손상이 되어 기차는 운행하지 않는다.
왜 내가 간 날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ㅠ 운동삼아 우라이 폭포까지 열심히 산책(이라고 쓰고 운동)해본다.
비가 많이 와서 좋은 점은 물이 정말 많이 내려와서 계곡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는 점이다. 기차는 운행하지 않지만 그 덕에 조금 더 천천히 산을 물을 풍경을 만끽하면서 걸을 수 있다. 동행인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기차 끝엔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온다. 우라이 폭로라고 폭포를 중심으로 마을이라기엔 그렇고 작은 관광단지 같은 곳이 있다. 폭포를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비가 많이 와서 폭포 물량이 어마어마했다. 소리도 크고 물보라도 굉장했다. 하지만 폭포 자체가 거대한 것이 아니라서 웅장함보다는 시원함이 먼저 느껴진다. 폭포를 뒤로 하면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곳이 나온다. 케이블카 목적지는 운선 낙원(yun-hsien resort)이다.
기차도 운행하지 않았는데 케이블카는 운행할까 했는데 운행한단다. 기차 못 탄 한을 케이블카로 달래 본다.
케이블카 위에서 내려다보는 우라이 폭포는 또 다른 느낌이다. 비가 와서 그런지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내가 있고 내 발아래 폭포가 있으니 꼭 내가 신선이라고 된 기분이다. 이 케이블카를 타고 신의 정원으로 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습한 기후에 맞게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정갈하게 관리된 돌계단이 아니라 이끼가 잔뜩 자라고 있는 다리가 우리를 반긴다. 비도 오고 그래서 이끼가 많이 미끄러워 조심히 돌계단을 올라간다. 돌계단 위엔 잘 정돈된 정원과 호텔이 나온다. 내가 이 호텔에 대해 알고 왔다면 숙박을 해보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혹시 대만에서 조용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운석 낙원 호텔을 강력 추천한다. 아직 숙박을 해보진 않았지만 정원을 산책하는 내내 사람들을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정원 자체로도 풍광이 너무 좋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절로 몸도 마음도 휴식을 제대로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대만을 오게 된다면 꼭 숙박하리라!
우라이 마을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볼란도 온천은 인기가 너무 많아 갈 수가 없다. 그래서 급하게 찾은 운정 온천. 개인 욕장에서 온천을 즐기면서도 멋진 풍경을 바라볼 수 있고 온천 후 애프터눈 티도 제공한다는 볼란도 온천을 갈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었다. 하지만 온천을 다 마치고 나서는 볼란도 온천은 갈 수 없었지만 오히려 더 좋은 온천을 알게 된 것 같아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는 장소였는지 한국어로는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된다. 그래도 관광지라서 영어로는 조금 소통이 되니 다행이다. 이곳은 개인탕은 없지만 그래도 노천탕으로 구성돼있어 오히려 더 운치 있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온천 후 근사한 애프터눈 티는 없지만 시원한 우롱차를 한잔을 대접해준다. 노곤 노곤하게 온몸에 열을 가득 안고 시원한 우롱차 한잔 마시면 행복이 바로 여기 나와 함께한다.
호텔에서 마을 초입까지 차량 운행을 제공한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 만났던 대만 아주머니 두 분과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분명 서로의 언어를 모르고 영어도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대화가 아주 자연스러웠다.
이날 내가 아주머니에 대해 아는 것
한국 드라마 열성팬이다.
내 친구는 드라마는 안 보는데 한국 여행 갈 계획이다.
자신은 한국에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나는 친구랑 온천에 자주 놀러 오는데 여기가 젤 좋다.
아직도 의문인 것은 어째서 저 많은 정보가 얼렁뚱땅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다 알아들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https://cloudspring.com.tw/yun-ding
온천도 물놀이라라고 도심에 도착하니 배가 미친 듯이 고프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은 훠궈를 먹기로 계획했기엔 가장 유명한 훠궈 식당에 갔다. 하지만 물가가 어마 무시하다. 나는 가난한 시민 1일뿐이다. 게다가 대기가 어마어마하다. 훠궈 열풍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유명한 훠궈 식당은 뒤로 한채 현지인들이 가는 저렴한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만난 시먼딩 1인 훠궈 식당. 이 식당 이름도 모른다. 오늘은 우연히 찾은 행운이 가득한 날이다. 정말 현지인만 오는 것인지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안 통한다. 또다시 시작된 얼렁뚱땅 주문.
훠궈 자체가 처음이라서 어찌 먹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니 옆 자리에 있던 현지인 모자가 친절하게 먹는 법을 알려주신다. 경황이 없어 이름도 보답도 못했다. 덕분에 첫 훠궈의 기억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한국에서 먹은 훠궈에 대한 기억이 안 좋아서 훠궈를 즐겨먹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대만을 간다면 대만에서는 훠궈를 꼭 다시 먹어 보고 싶다.
시먼딩에서 있는 핫플레이스! 시먼 홍러우(빨간 극장) 물론 지금은 다른 곳이 핫플이다.
여긴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파는 곳이다. 야외엔 벼룩시장도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우리나라 플리마켓처럼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어여쁜 작품까지 판매한다. 하지만 어디나 그러하듯 작품 가격은 절대 가볍게 손이 가지 않는다. 시먼 홍러우 건물 안 쪽엔 젊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소품들을 판매한다. 대만 하면 유명한 기념품보다는 이런 기념품도 한두 개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이런 기념품이 더 기념품 같으며 선물 받는 사람도 더 소장욕구가 올라가는 것 같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깐 하룻밤만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자.
공공자전거를 빌려서 도심을 신나게 달려본다. 달빛 산책과는 다른 느낌이다. 느리지만 너무 느리지도 않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달빛 자전거 산책.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과 함께 타이베이의 상징들이 화려한 조명 속에서 낮과는 다른 매력을 다시 뽐내고 있다. 사실 대만은 날씨가 흐린 날이 많기 때문에 낮에 아무리 멋진 곳을 가도 반짝거리는 자연광이 부족해서 느낌이 다 안 살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밤에 모든 조명을 받는 건물들이 색도 더 선명하고 더 아름답고 빛이 난다. 타이베이는 오히려 야경을 즐기려 돌아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여행 방법인 것 같다.
특히 타이베이 야경 자전거를 밤낮없이 빌릴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뚜벅이 여행자에겐 최적의 도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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