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대만 여행 마지막 날이다. 돌아가는 비행기는 저녁시간 비행기이지만 아침부터 돌아간다는 생각에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든다.
돌아가는 날인 만큼 오늘은 한시라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된다. 알찬 하루로 한국을 돌아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러나 전날까지 알차게 돌아다녀서 호텔에서 느지막이 나왔다. 조식은 호텔에서 해결했으니 아쉬운 마음이 없지만 점심은 잘 먹어야겠다.
대만에서 유명하다는 음식은 오늘 몰아서 먹어야겠다.
일단은 근처 중산역부터 시작한다.
호텔에서 걸어서 가도 괜찮은 거리인 중산역.
중산역이 요즘 뜨는 역이라는 소문이 자자했지만 우린 외국인이고 대만에 대한 정보도 없으니 무작정 돌아다니고 본다.
블로그나 귀동냥으로 한 번쯤 보거나 들어보았을 법한 음식은 일단 사고 보자는 주의로 오늘은 보낸다.
중산역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로 장어덮밥이 있다.
'비전옥'이라는 식당이 가장 유명하단다. 유명세가 거짓은 아닌지 정말 큰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엄청 찾아온다.
특히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분명 점심시간이 되려면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대기줄은 끝이 없고 먹고 나가는 사람도 끝이 없었지만 금세 새로운 손님들로 채워졌다.
유명한 음식점들은 어디나 종업원들이 기계처럼 움직이다. 장어덮밥 이외의 음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장어덮밥을 먹다 보니 장어덮밥 나오는 속도가 우리나라 국밥집 수준이다. 그래도 계속 소비되고 있는 음식이라서 바로 조리해서 먹는 맛이다. 그러니 더 맛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맛집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밥 양도 많고 장어도 실하다. 특유의 비린내도 없고 소스가 너무 짜지 않아 밥을 다 먹어도 불쾌한 기분이 없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하지만 그 가게 안의 소란스러움과 대기줄을 내가 다시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장어덮밥을 먹고 시먼흥러우로 향한다. 어젯밤에 구경했던 기념품들이 눈에 아른거려 무조건 사야 한다.
시먼딩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타이거슈가.
한국에서도 유명하다는 것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버블티를 안 좋아해서 이제껏 먹어보지 않았다. 그래도 대만 유명 브랜드라니 먹어만 보기로 했는데 세상에 버블을 빼고도 주문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첫날부터 사 먹었지 ㅠ
이제 돌아가는데 왜 이제야 나는 이 맛난 것을 먹었을까??? 한국에도 진출했다는데 한국에서도 버블 빼고 먹을 수 있겠지? 한국에서 먹는 것은 또 얼마나 맛있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시먼딩에 도착했다
음료 하나도 식사로 취급할 수 있는 위장을 가졌기 때문에 배가 너무 불러 일단은 기념품부터 사기로 한다.
기념품 사고 나면 망고빙수 하나 먹을 수 있는 배는 만들어질 것 같다. 이럴 때는 식사량이 많지 않은 몸뚱이가 조금은 아쉽다.
아니 양이 많지 않으면 식탐이라도 없던가 ㅠ 식탐은 많아서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시먼흥러우는 비싸 보여 기념품을 여기서 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전날 여기 둘러보는데 세상에 눈 돌아갈만한 기념품들이 많다. 특히 젊음 작가들이 전통문화를 활용해서 만든 소품들은 전부 소장각이다.
이번 여행부터는 개인적으로 그 나라 전통문화가 담겨있는 소품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중에서도 공책 정도가 좋을 것 같아서 전통 무늬가 있는 공책 하나를 샀다. 결코 가격은 마음에 쏙 들진 않았지만 여기 아니면 만나기 어려울 것 같으니 산다.
다른 소품들도 많이 샀지만 그건 마지막에 소개하기로 한다. 시먼흥러우는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다른 소품들도 많이 팔았다. 특히 저 소주병 장식품은 내가 애주가이거나 인테리어 감각이 좋은 사람이라면 하나쯤은 사보고 싶었다. 하지만 난 나를 안다. 저걸 사 가지고 가면 이쁜 쓰레기밖에 안된 다는 것을.
즐겁게 돈을 쓰고 또 돈 쓰러 간다. 대만 하면 망고빙수라는 대 한 번쯤은 먹고 돌아가야 하지 않나. 망고빙수가게는 생각보다 별로 없다. 그렇다고 찾기 어려운 건 아니고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는 뜻은 아니다. 제일 커 보이는 망고빙수가게를 방문했다.
역시 여기도 한국사람들이 엄청 찾아오나 보다. 한국어 안내판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이 가게는 벽에 낙서 가능인데 한국어로 쓰인 낙서가 꽤 많다. 빙수 먹으면서 낙서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소소한 재미이다.
망고빙수 맛은 뭐 상상 가능한 맛이다. 엄청 맛있거나 여기만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은 특별히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더운 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먹는 시원한 맛이니 맛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진짜로 돌아갈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은 다시 한번 눈에 담는다. 타이베이도 우리나라 서울과 같이 옛것과 현재의 것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나는 이 점이 언제나 짜릿하다. 수많은 시간이 한 공간에 동시에 있는 느낌이 든다. 조금 오버하자면 다우주가 내 눈앞에서 실현된 느낌이다.
언제나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먹는 기내식은 조금 맛이 없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아쉬워서 그런가 보다. 어디 장기출장 갔다 와서 돌아오는 길엔 기내식이 맛있어질까??
나는 역시나 특별식을 주문했다. 비행시간이 얼마 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해산물로 주문했다. 아무래도 고기보다는 생선이 기내에서 위에 부담이 없는 느낌이다. 동행인은 닭이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매콤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이제 잘 먹고 잘 도착했으니 여행 마무리만 잘하면 된다.
선물은 많이 사진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부터는 그 나라의 정통적인 기념품을 많이 사려고 노력했다. 누구나 다 사는 음식 말고 기억에 남고 소장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들로 채워보았다. 일단은 타이베이가 느낌이 물씬 나는 자석 하나와 전통 느낌 있는 천으로 만들어진 공책 한권. 전통적인 민화가 그려져 있는 술잔과 전통 무늬가 새겨진 손거울.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된 컵홀더 가방 하나를 샀다. 그런데 크기를 잘 못 사서 그냥 이쁜 쓰레기가 되어버렸다는 슬픈 사연을 전해드리면서 대만 여행을 마무리한다.
분명 이때 돌아올 때는 내년엔 아니 당장 이 해 겨울에 어느 나라로 떠날지 행복한 상상을 했던 것 같은데 이게 나의 마지막 여행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오랜 기간 해외를 못 나갈 것이라곤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한 느낌이다.
진짜 올해는 꼭 잘 수습이 되어서 다시 웃으면서 다른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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