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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생각의 방

[색연필]나의 색은 무엇인가?

by 쟁(Jeng) 2019. 7. 11.

색이 사라져 버린 세상이라니!!

나름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색이 갖고 있는 힘이 엄청나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움도 사람이의 모습도 모두 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색들이 나에게 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나의 추억과 기억들은 모두 색으로 이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색에 대한 좋은 생각을 가지며 읽기 시작한 색연필이라는 책은 나에게 크게 두 가지 감정을 남겼다.

이 감정들은 너무나도 극과 극인 감정이라서 읽고 나서도 나 자신에게 계속되네이게 했다.

하지만 명확하게 두 감정은 모두 솔직한 내 감상평이었다.

우선 부정적인 감정부터 이야기하겠다.

부정적인 감정은 최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것에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색연필이라는 소설에는 여러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누가 나쁜 역이고 착한 역이라고 정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은 등장한다.

하필 그 인물이 동양과 관련돼서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준다.

소설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이다. 파리는 다인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동양과 관련된 설정은 충분하다고 느끼지만

인종차별적 요소라고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너무 비약적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차라리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이탈리아의 마피아가 더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하다

동양의 영향권이 이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프랑스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속이 편할까?

그리고 나쁜 부분으로만 동양을 묘사한 것은 아니다.

이 작가도 일본을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인으로서 이 부분은 정말인지 꼴도 보기 싫을 정도이다.

일본의 동양권에서는 많은 부분 학문적으로 발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던 것은 식민지배의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서 곱게는 안 보인다.

좋은 말로 희생이지 사실은 강탈해서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사람을 갈아 넣어서 만든 것이다.

그것이 온전히 일본만의 지식이고 문화적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색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일본의 예시를 들곤 하는데 정말인지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굳이 왜 일본이어야만 했는가? 동남아의 국가들도 있고 중앙아시아의 국가들도 있으면 한국과 중국도 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사실 소설을 읽는 내내 찝찝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작가의 생각과 풀어나가는 방식이 꽤나 재미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색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등장인물 중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도 나오고 공감각을 가진 사람도 나온다.

이들은 모두 색과 관련이 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을 통해서 색을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색을 보는 방법 중 하나로 피부 시각이라는 것이 있다.

1990년대 러시아 교수가 우툴두툴 한 주황색, 매끈한 노란색과 같이 색을 눈으로만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소개한 문단이 있다.

그 문단을 읽었을 때 '나 혼자 산다'에 충재 씨가 수면내시경 받을 때 각진 하얀색이라고 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는 그저 그게 무슨 색이냐고 웃긴 발언 중에 하나로만 생각하고 넘겼지만

소설을 읽고 난 뒤로는 충재 씨가 색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충재 씨는 분명 나보다 더 많은 색과 교감하며 세상을 다채롭게 보고 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세상에 색이 사라졌지만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엔 누군가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엄청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비단 이것은 색을 보고 못 보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 소설은 단순히 사라진 색을 찾는 여정을 그린 것이지만 사실은 더 많은 내용을 품고 있다.

과연 내가 색을 제대로 보고 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색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보고 있으며 색들과 소통하고 삶을 조금이라도 더 다채롭게 채우고 있는지 넌지시 물어보고 싶다.

꿈을 꿀 때도 색이 없는 흑백 꿈만 꾸는 사람과 색이 많은 꿈을 꾸는 사람 중 누구가 더 나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나와 다른 색으로 느끼고 자각하며 살아간다고 내가 그들을 평가하며 우열을 갈 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저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길 좋아하던 것은 아녔는지 나의 마음의 색은 아직도 색이라고 불리만 한 게 없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