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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생각의 방

[시간을 멈추는 법]사람은 각기 다른 시간에 산다.

by 쟁(Jeng) 2018. 12. 24.

사실 나는 죽음이 두렵다.

어려서부터 죽음이라는 개념을 두려워 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무섭고 숨이 잘 안 쉬어 질 정도로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다.

성장하면서 그런 부분을 이겨내고자 노력했고 어느정도는 괜찮아 졌지만 여전히 죽음은 두렵다.

죽음이 두렵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늙어 가는 것에도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어린 나의 개념으로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병에 걸리면 모두 죽음을 맞이하였으니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시간을 멈추는 법에 나오는 주인공의 시간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남들보다 최소 3~4배는 느리게 가는 시간이라니!!!

게다가 유아기엔 부모님 힘들까봐 일반인들과 같은 속도로 성장하다니!!!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소재 자체가 너무 갖고 싶은 것이라서 책을 안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의 구성은 현재과 과거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하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부담은 없다.

족히 400년은 살은 주인공은 딸을 찾기위해 거의 4세기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의 큰 줄기는 딸을 찾기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느낀 점은 딸을 찾기 위한 과정보다는 그냥 400살 먹은 아저씨의 자아찾기 같은 느낌이다.

우리나라 드라마 도깨비가 600살인가 900살을 먹었지만 여전히 불안전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처럼

400살이나된 주인공도 꼭 사춘기 시절처럼 세상을 살아간다.

물론 실제 사춘기보다는 사회성이 있다.(400살인데 사회성도 없으면 진짜 어휴....)

책을 읽고 내가 만약 주인공과 같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일단 주인공은 책 속에서 너무 우울하다.

400년의 세월로 우울해진건지 태생이 우울한지는 모르겠지만 매사에 너무 우울하고 진지하다.

그리고 자신이 많은 이들과 다른 점때문인지 항상 경계심이 많고 가식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실제로 내 곁에 있다면 분명 나는 좋은 사람보다는 안 좋은 사람으로 기억할만한 성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저주처럼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게 축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책속에서 칭하는 '하루살이'들은 일생에 많은 직업 및 많은 경험을 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래서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남들과 다르게 많고 어쩔수 없이 계속 다른 일을 해야한다면?

지금 내성격에서는 고마울것 같다.

이번 생은 망했지만 다음 생은 다른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계속 같은 생이지만 기회가 남들보다 훨씬많은 것이니!)

그리고 주인공은 지금에서 400년 전에 태어났기때문에 천천히 늙어가는 것에 있어서 불이익이 많았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요즘은 안티에이징이 각광받는 시대이다.

오히려 천천히 늙어가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특별하다고 의심을 덜 받을 것 같다.

또한 솔직히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서 직업만 잘 선택하면 굳이 이사도 자주 안가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로또를 맞추거나 하는 능력은 없겠지만 꾸준히 투자하면 한 100년 후쯤은 그래도 먹고 살만한 재산정도는 있는 상태이지 않을까?

그러면 그때는 좀 더 내가 하고 싶은 삶을 살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오래 살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연을 만들수도 있고 더 즐거운 일도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에비해 슬픈 일도 일어나겠지만 슬픈 일을 계속 붙잡아두고 꼽씹고 하지는 않을 거다.

그러기엔 긴 인생이라도 시간이 아깝다.ㅠ

책 마지막쯤에 과거에 죽은 인연들이 영원히 죽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그건 주인공의 기억 속에서 그들이 살아있기때문이라고 나오는데 맞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이 영원히 죽은 것이 아닌 것은 그들이 모여서 지금을 만들어 내고 역사를 만들어 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죽으면 그들도 더 이상 기억해 줄 사람이 없으니깐 영원히 죽은 것이 되어버린게 너무 슬프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는 그저 그 시간 속에 존재했다는 것으로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그들이 존재해서 그런 역사가 만들어졌으니깐

결국 책을 다 읽고 나면 사람들의 각자의 시간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절대적인 시간은 계속 흘러가지만 누구는 400년을 살고도 아직 마음이 사춘기같고

누구는 30년살아도 400년살은 사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누구는 70년의 세월의 흔적이 있어도 여전히 누군가의 작고 여린 자식으로 남아있다.

지금 나는 어떤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사춘기같은 마음 가지고 살아가는 건지 아님 내 나이의 맞는 시간을 살고 있는건지 고민해보게된다.

이 책이 진짜로 전달해 주고 싶은 의미는 그런 것 같다.

사람의 정말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그리고 이 세상에 제대로된 시간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는 자신에 대해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주인공의 친구인 오마이 같다.

두려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묵묵히 자신의 인생에 매순간 최선을 다해 즐기고 살아가는 그 모습

그 모습이야 말로 작가가 우리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