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 처음 취직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일은 도면파악도 있지만 지장물조사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지장물이란 땅 위에 있는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을 말합니다. 물론 땅속에 인간이 뭍은 것도 포함입니다.)
사실 첫직장이고 첫업무이다 보니 이것이 갓들어온 신입기사가 해야하는 일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도 없이 일을 시작했다.
당시 내게 임무가 주어졌을때 현장사무실엔 공사차장님이 없었다. 차장님은 모델하우스에서 마무리 일을 하고 계신 상태.
결론은 나에게 사수는 없다. 그냥 알아서 물어가면서 조사해야한다.
토목차장님의 지시아래 그 뜨거운 8월의 햇빛 아래서 하루에 약 2만보 이상을 걸어다니며 조사했다.
아파트 15동이 들어가는 대지이고 산이 있는 대지이다 보니 정말 열발자국만 나가도 땀이 송글송글 맺쳤다.
정말인지 이때는 너무 힘들어서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느낌이었다.
정말 내가 하얀 아이였는데 그해 겨울엔 친국와 찍은 사진을 보면 그렇게 색이 짙을 수가 없더라.
여튼 첫 임무는 패기 넘치는 신입사원에겐 좋은 먹잇감처럼 느껴진다.
까만 손으로 바껴가면서 사람이 하루에 삼만보도 걸을 수 있구나를 느끼면서 작성한 나의 지장물조사서는 사실 기사의 업무가 아니란다.
그 사실을 알았을땐 솔직히 좀 많이 짜증났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고생해야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토목차장님은 웃으게 소리로 본사에 지장물조사비 청구하라고 한때 엄청 말씀하셨다.
업체한테 맡기면 천이상은 줘야하는 일인데 너가 그 일을 했으니 최소 오백이상은 받아야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지금도 가끔이긴 하지만 지장물조서 보실때마다 나를 굳이 찾아서 이야기하신다 본사에 돈 받으라고 ㅎㅅㅎ
하지만 일개 기사가 본사에 저런 소리를 할 수있을까 ㅎㅎㅎㅎㅎ 나도 해서 돈 받으면 좋겠지만..............
여튼 상관없는 일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덕분에 대지를 이해하는 속도도 다른 기사들과 차이를 보였고 토목쪽 일도 나름 알 수 있었다.
(이렇게라도 생각해야만 나의 2015년의 여름을 잘 포장할 수 있다.)
(언덕은 있으나 나무는 별로 없는 민둥산과 테니스장의 더위 콜라보)
여기서 잠깐!!
지장물조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1. 사업부지 안을 일단 엄청 열심히 돌아다닌다. (지장물들을 파악하는 과정)
2. 지장물을 기준에 맞추어 분류한다. (묘지, 한전 전봇대, 통신 전봇대, 과수 등등)
3. 지장물의 사진과 간단한 정보를 기재한다. (지장물에대한 양식은 각회사마다 있을 것이다. 없다면 양식을 만들어도 된다.)
4. 지장물의 목록을 만들면 도면에 지장물을 표시한다. (캐드에 표시할때는 지장물별로 레이어스 설정하는게 좋다.)
4. 필요하다면 제본하여 가지고 있는다.
이게 끝이다. 정말 간단한 일이다. 근데 실제로는 엄청난 업무량이다. 왜야하면 부지 안을 정말 샅샅히 돌아다녀야한다.
사진을 찍고 정리하는 일도 생각보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꽤 걸린다. 그래도 만들도 놓고 보면 뿌듯하긴 했다.
(이것이 실제로 내가 작성했던 지장물조서다. 토공사 기간엔 정말 필요한 자료이다.)
그 가뭄이 기승을 부린다는 2015년 여름. 산이라 해도 동네 뒷산정도 되는 산 조금, 밭, 테니스장이 있는 부지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래도 초반엔 나무도 있고 산 속으로 가니 시원했지만 점점 테니스장과 가옥 몇채를 조사할때는 정말 그늘이 너무 절실했다.
특히나 가뭄이어서 모기는 없지만 비가 전혀 안 오니깐!!!! 비구름이 없으니깐!!!!! 추석 전까지는 진짜 계속 너무 맑은 하늘이였다.
내가 회사에서 이 일은 안 했다면 너무나 좋아했을 날씨들...... 하지만 난 그게 아니니깐......
이때 처음으로 땀띠라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나도 살이 엄청 탈 수 있다는걸 알았다.
나는 내가 진짜 평생 백옥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흰 피부색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을 줄알았다. 왜야하면 난 잘 안 탄다. 타는게 아니라 화상을 입으니깐!!!
근데 이건 아니다 맨날 긴 옷 입고 다녔는데도 탄다. 잘 탄다.
취직 후 추석쯤에 날 본 친구와의 사진은 잊혀지질 않는다. 그 친구가 내 피부색을 많이 부러워했는데 그때는 정말 내가 더 까매서 친구가 너무 놀라던 그 모습.
( 취직하기 직전 나의 손(왼) 취칙 후 친구와 우정팔찌 맞추고 난 후 손(오) )
그렇게 나에게 여름의 근무는 이런거야를 맛보여준 그 임무!!!
사수가 없다보니 내 머릿 속에서 나름 정리해서 서류 만들고 했었는데 업무하면서 그런 자유는 다시 없을 것 같다.
물론 완전히 내 마음대로 한건 아니다 내가 작성한 서류는 토목쪽에서 더 필요한 서류라서 토목차장님이 봐주시긴 했다
그래도 나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건 안 비밀~
지장물조서가 완성되고 첫 제본이 나오던날 취직 후 처음으로 뿌뜻했다.
공사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아파트 다 짓고 입주한 느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처음으로 내 손으로 결과물이 나온거니깐!!! 첫 임무는 생각보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잘 마무리 되어서 다행이다!!!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공사가 들어간다.
물론 아직 토공사해야함 지장물조사 만들동안 토공사도 시작 안함 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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