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은 내가 좋아하고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물론 늦은 시간에 방영해서 본방으로 못 본다는 건 함정)
신년에는 중국에 대해서 3부작으로 다루였다.(중국의 영향력이 날이 갈 수록 커지는 것 같다. 중국소재의 다큐만 꽤 되는듯)
이번에 소개할 편은 그후에 나온 '연필, 세상을 다시 쓰다' 이라는 편이다.
참으로 익숙해서 아니 너무 우리의 생활과 가까이 있어서 과연 이런게 주제가 되나? 뭐 볼 것이 있지? 라는 생각를 하게 만드는 연필
나도 학창시절 아니 초등학교 저학년때나 좀 잡아봤던 연필. 초등학교 고학년때는 샤프가 왜그리도 멋있어 보였는지 샤프만 고집하게 되였고 중학교때는 프리미엄샤프라고 샤프에 고무있어서 손가락 안 아프고 글씨도 엄청 부드럽게 써지는 샤프가 유행이었고 고등학교때는 무슨 다큐에서 연필로 공부하는게 효과가 좋다고 해서 시험기간에만 잠깐 연필로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때는 전공이 건축이다보니 생각의외로 연필 잡을 기회도 많았고 무엇보다 그냥 노랑색 몸에 연한 자주색 지우개가 달린 연필이 너무 눈에 들어와서 연필를 사야하면 꼭 그 연필만 샀던 추억이 떠오른다. 물론 지금도 이쁜 연필을 보면 문구용품덕후가 아닌데도 괜히 살지 고민하게 된다. 나말고 누구나 사소하지만 연필에대해 추억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공부할때 쓰던거나 그 당시 유행하던 캐릭터연필 정도가 떠오를 것 같다. 작지만 언제나 곁에 있던 연필이다.
다큐에서는 연필에대해 다각도로 보여준다. 연필 깍는 것에도 장인 정신을 불어넣어 사업하는 사람, 순수하게 연필로만 잡지를 만드는 사람, 연필로 멋진 결과물을 얻는 사람등 꽤 많은 사람들이 연필로 하나가 된다.
정말 작고 너무 흔하지만 그 작은 것 하나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이 되는 것 같다.
처음 나온 이야기는 연필을 깍아주는 사업을 하는 미국인이다. 연필를 깍아주는 것이 과연 사업이 될까? 했는데 보다보면 내가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람은 단순히 연필만 깍는것이아니다. 물론 행위는 연필만 깍아준다, 하지만 받는 사람은 깍인 연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받는 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깍아주는 연필은 새연필보다는 누군가 어디에 썼던 연필이니깐. 그래서인지 연필을 깍을 때도 장인정신을 가지고 예를 갖춘다는 것이 처음엔 좀 웃기게 마케팅 잘하네 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은 연필을 깍아달라고 한 사람들의 인생, 추억에 대한 존중이지 않을 까라는 생각을 한다.
두번째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자주 보았던 연필깍고 난 부스러기로 귀여운 그림을 그린 사람이다. 이 사람 이야기를 보면서는 공감가는 것도 많았다. 사실 나도 어렸을때 색연필 깍고 나면 나온 부스러기를 모아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적이 있다. 다양한 색이 끝에만 있는 나무가 참으로도 이뻐 보였다. 그러다가 점점 색연필보다는 포토샵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 색연필이 주는 즐거움을 많이 잃어버리고 산 것 같다. 이 사람을 보면서 그래 나도 연필로 낙서하고 색연필을 고를때 생각도 많이 하고 그렇게 24색인지 32색인지 집착도 많이 했었는데, 저 사람은 그 즐거움을 잊지 않고 있었구나. 아니 나아가서 그 즐거움을 더 큰 행복으로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구나 생각하면 나도 다시 그때의 즐거움을 가끔은 느껴보고 싶으니깐 다시 도전해봐야겠단 다짐도 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구. '몽당연필, 정직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몽당연필을 좋아한다. 왜야하면 작고 귀여운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흔히 이야기하면 빈티지느낌이 나서 좋다. 근데 사실 난 단 한번도 연필을 몽당연필이 될때까지 써본 적이 없다. 항상 새연필을 사서 쓰다보면 어느순간 연필이 없어진다. 그럼 또 새로운 연필을 사게되고 나이를 먹을 수록 연필보다는 샤프나 볼펜을 더 쓰게되고 요즘엔 손글씨라는 것 자체를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어렸을때는 가운데 손가락 안쪽에 굳은 살이 있었는데 지금은 공부하려고 연필을 들면 그 굳은 살이 없어서 손가락이 금방 아파온다. 어렸을때는 손에 굳은 살이 생기도록 참 많은 것을 한 것 같아 잠깐 어린 내가 대견스럽다가도 그 어린 나보다 못한 현재가 아닌가하면서 살짝 부끄럽기도 하다. 새 연필을 사서 몽당연필이 될때까지 쓴다는 것은 무슨 기분일까? 아직은 내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분이라서 참 궁금하다. 그리고 그정도가 됐을때는 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대학 처음 입학해서 일주일에 스케치 3장씩 해오라고 했을때도 첫날 그린 스케치와 1년후 그린 스케치의 차이는 엄청 났다. 물론 전공자들이 보면 우수운 수준이지만 그림이라고는 학교 미술시간에 그려본게 전부인 내가 볼때는 실로 엄청난 발전이었다. 근데 그때도 내 4B연필은 몽당연필이 되지 못했다. 그러니 몽당연필이 되기까지의 노력은 정말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극사실주의 작가로 유명한 화가가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 사람이 대단한것이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있지만 몽당연필만큼의 노력도 있는 것 같아서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사실 난 극사실주의 그림을 볼때 사실 그냥 '와 진짜 사진같이 잘 그렸다!!' 이게 감상평의 끝이였다. 그런데 이 사람이 연필만 왜 이렇게 그리는 지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서는 내가 그동안 무지해서 섬세하지 못해서 저 멋진 작품들을 그냥 흘려보냈구나라는 생각과 연필에 그런 매력이 있는 지도 몰라서 좀 놀랬다. 그래도 나름 디자인쪽전공이라고 남들보다는 그래도 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인간은 자만하면 안된다. 세상엔 나보다 더 섬세하고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
중간엔 연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가 나왔는데 사실 이제까지 살면서 한번도 연필을 누가 발명했는지 궁금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어렸을 때는 연필이 흑연과 나무로 만들어 진것과 어떻게 나무 사이에 흑연을 넣어지? 라는 궁금증만 가졌을뿐 누가 연필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당연히 연필은 우리나라에 만들어진거라고 생각했다. 왜 그런 생각을 가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태백에 석탄이 많이 나오니깐 연필도 우리가 만들어겠거니 한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는 달리 초창기 연필은 매우 귀한 필기구였다. 흑연의 가치가 납의 가치보다 훨씬 높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참 감사하게도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난 이제까지 흑연 100%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흑연에다가 점토를 섞어서 연필심을 만들었다니!!!!! 그동안 연필 겉은 H,B 숫자의 의미가 그냥 단순한 진함의 의미였다고만 생각했는데 참으로 멍청하게 사물을 바라보고 있었구만!!! 산업혁명이후 사회가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던 이유는 이 연필의 발명이라고 생각한다. 그전까지는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이젠 쉽게 기록하고 남길 수 있으니 전보다 쓰는 시간이 줄어드니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배의 속도로 발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해본다.
아마 이것도 인터넷으로 많이들 접했을거다. 사실 난 이 장면 보면서 자꾸 샤월(샤이니월드)들이 생각났다. 이 작품이 인터넷에 뜨던 초기에 금손 샤월들이 각자 자신의 연필에다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팬심을 표현했는데 그때의 그 충격이 너무 커서인지 이거 보면서 샤월만 생각나서 집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분이 전하고자 하는 말은 분명히 알아들었다. 누군가에겐 쓸모없어진 연필이지만 그것들도 다시 쓸모 있어질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이 작가가 쓰는 재료는 모두 주운 연필이다. 그리고 작가는 작업하면서 부려진 조각도 다 모아 놓는다. 그것 또한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보면서 샤월도 생각났지만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는 말이기도 했다. 요즘 사는게 모두에게 힘든데 그래서 나는 왜 태어난거지? 나한테 가치가 있을까? 날 필요한 곳이 있긴해? 내가 정말 잉여가 아닐까? 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래도 모두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연필로만 글을 쓴 잡지가 소개되었다. 세상에 단 한권뿐인 잡지. 그래서 더 보고 싶은 잡지. 만드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떨어져 있지만 소통 할 수 있는 잡지. 특별할 것이 전혀 없어보이는 잡지이고 만들기도 쉬워보이는 잡지이지만 이 잡지가 나에게 주는 이야기는 꽤나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이야기였다.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사실 인쇄된 잡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이 잡지는 화면으로만 보는 데도 많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을 사용하지만 손으로 쓴 편지를 받고 싶어하고 쓰고 싶어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인쇄된 글자들이 전해줄 수 없는 묘한 그 감정들이 참 신기하게도 연필로 쓴 글자들에게서는 느낄 수가 있었다. 이걸 보면서 나도 언제가 내 책을 스스로 한번 연필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연필로 무엇이든 좋으니 내 세계를 조금만 펼쳐보기로 한다.
한줄평
연필의 수명은 언제까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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