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끼고/생각의 방

[시선으로부터] 내 조각은 얼마나 될까?

by 쟁(Jeng) 2022. 1. 27.

이 책을 선택한 이유?

- 우선 베스트셀러에 있어서다. 요즘 소설을 읽고 싶지만 육아로 지친 나에게 소설 줄거리나 평점을 보고 고르는 것도 시간 부족이다. 그저 베스트 코너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책을 고르는 것이 최고이다. 그래서 처음 책을 보았을 때 편견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시선은 하나밖에 없었으니깐. 물론 이 책은 편견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저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에겐 조금 신선한 충격과 반전으로 책은 시작해서 끝이 났다.

 

 

감상평

- '시선으로부터'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편견일 수도 있고 차별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일 수도 있다. 가장 큰 줄기가 되는 모계사회 같은 책 분위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양성평등과 역차별이라는 주제가 아주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는 지금 시대에 가장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역사 속에서 모계사회가 얼마나 많이 있었나? 내 기억엔 거의 없다. 우리나라 역사를 배우면서 모계사회는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가정에서 내가 가장 많이 따르는 사람은 우리 엄마이다. 많은 집에서 지금도 집안 문제 결정 시 엄마 영향력이 가장 크다. 사실 결혼 후 우리 집도 내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같다. 이런 나도 우리 본가에 가면 우리 엄마가 다 결정한다. 우리는 그저 조그마한 의견을 낼 뿐이다. 그러고 보면 희한하다. 이렇게나 많은 가정들에서 엄마의 영향력이 큰데 우리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 작가도 이런 부분이 재미있어나보다. 그래서 조금은 더 극적으로 보일 여성을 엄마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약간 엄마 같지 않은 엄마를 엄마로 내세워 남들이 볼 때는 이상한 가정처럼 보이는 가족을 설정했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엄마가 많이 생각났다. 나는 평소에 내가 가부장적인 삶, k-장녀 삶이 아닌 그래도 평등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에서도 지독한 차별보다는 그나마 덜 차별받고 운 좋은 회사생활을 했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이 꼭 나와 엄마 같다는 생각과 남성 인물들은 꼭 내 동생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빠는 많이 등장하지 않아 우리 아빠 같단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우리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분명 주변에서 장녀를 왜 그렇게 키우냐고 딸은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듣고 살았을 텐데 그걸 다 이겨내고 날 잘 키웠다. 정말 내면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단단하고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참으로 행운아고 행복한 사람이다. 남들이 보기엔 별난 엄마처럼 보이지만 그런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좋다. 물론 우리 엄마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남자 손주가 머리 긴 꼴을 못마땅해하시니깐. 그래도 엄마랑 아빠는 최대한 내가 여자라서 무엇인가를 못하게 하진 않는다. 돈이나 실력으로 팩폭은 잘 하지만 성별로 차별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내 동생이 이런 부분에서 피해를 봤을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사회에선 아직까지도 걔가 대접받으니 셈셈이다. 분명 우리 엄마는 사회가 조금 더 여성을 제대로 본 사회였다면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하고도 남을 사람이다. 지금이라도 도전하라고 하고 싶지만 이젠 건강이 따라주지 않으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뿐이다. 나라도 아니 내 후대 사람들이라도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지 않게 우리가 모두가 나은 미래를 향해 한 발짝 움직여야 한다. 너무 엄마 이야기만 하다 보니 이것이 성별 문제처럼 비추어질까 우려스럽다. 또한 이야기가 모계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이 책은 여성 우위를 주장하는 책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다양성의 인정이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재혼가정이지만 그 누구보다 가족애가 끈끈한 집안이다. 이는 가족 간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엄마가 다를지라도 아빠가 다를지라도 그것은 그냥 그 사람의 한 부분이고 그것이 그 사람들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같은 엄마, 아빠를 두고 있지만 상대방과 나는 다른 개체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것. 가족의 중심이 아빠일 수도 엄마일 수도 아니면 다른 이일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작가가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점점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해보지도 못한 가족형태가 많다. 당장만 해도 몇십 년 전까지는 1인 가구는커녕 3인 가구도 정상? 가구라는 생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3인도 많고 1인 가구가 대세이다. 이건 연령 불문하고 가장 많은 가구형태이다. 또한 혈연으로 구성되지 않은 가구도 많다. 재혼가정뿐 아니라 그 전엔 생각할 수도 없는 형태의 가정들이 많다. 이렇게 세상은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도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다양함부터 인정하고 아니 일단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인정은 나중이다. 일단 받아들이고 그다음 인정하고 이해하자. 그 시작은 바로 여남에서부터 일 것이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기본적인 다름의 형태. 우리가 다름을 인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풍요로움과 평화일 것이다. 이제 세상은 가장 기본적인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이해하는 길로 막 들어섰다. 처음 가는 길이니 만큼 어렵겠지만 이 책 안 가족들답게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 어려움을 유쾌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풀어가 보길 바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장면)은?

-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나는 어디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누구에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존재이다. 나를 구성하는 조각이 한 개인지 몇백 개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내 안의 조각을 잘 가꾸고 더 멋진 조각모음을 만드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는 이민 가서 살거나 다른 나라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낸 모든 이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각이 자신이 발 딛고 서있는 곳과 맞지 않는 것 같아 괴로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건 사실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의 조각은 너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그곳엔 어울리지 않을지언정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한때 나도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 괴로워해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다. 내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아니 있긴 한가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 조각에 대해 내가 소중히 생각해주니 내 조각이 있는 그곳이 가장 나에게 멋지고 딱 맞는 자리이다. 내가 어딜 가든 무슨 행동을 하든 그것으로 충분히 멋지고 빛나고 소중하다. 그러니 괴로워하는 시간에서 일분이라도 내 조각을 사랑해주는 시간으로 보내길 바란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누군가를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모두의 삶입니다. 부모 중 한 명만 선택할 수 없듯이 가부장적인 사회가 당연했던 시대에서 살아온 우리와 아직은 그런 기조가 남아있는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나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그래도 한 발짝 떨어져서 잘 살아왔다고 우리 부모님이 잘 키워줬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은 착각이었다고 많이 생각했습니다. 저보다 더한 상황과 나은 상황에 있는 독자들에게도 착각과 환상 등 많은 부분들 생각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 깨 부서짐이 불쾌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한 발을 디딜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