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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생각의 방

[웰컴 투 로열타운]나는 너를 얼마나 알고 있나?

by 쟁(Jeng) 2023. 1. 30.

이 책을 선택한 이유?

- 책을 열심히 읽어봐야지 다짐하고 온라인상에서 인기 있는 책을 몇 권 선정해서 도서관을 방문하면 꼭 누군가 먼저 읽고 있다. 역시 인기 있는 책은 읽기 힘들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왠지 마음에 걸리기에 문학분야에서 서성거려 본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책이 있으면 냉큼 집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솔직히 제목만 보고서는 조금은 유쾌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살인 사건이라도 문체가 즐거울 것 같아서 선택했다. 하지만 역시나 살인사건이 주제인 책이 유쾌할리가 없다. 내가 그동안 스릴러나 범죄물을 많이 봐서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다. 그래도 이왕 읽기 시작한 것 끝을 봐야 하지 않을까? 책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술술 읽히니 금세 읽어버린다. 

감상평

- 인간은 입체적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모든 인간은 단편적으로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흔한 예로 범죄자의 주변 인물에게 범죄자에 대해 평소 평판에 대해 물어보면 대게는 그런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거나 착하고 조용한 사람이라고 답변을 한다. 나 또한 내 주변에 범죄를 저지르다거나 나쁜 사람이 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가지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 오긴 한다. 그것이 사소한 다툼이나 큰 범죄가 계기가 되면서 말이다. 이 책의 인물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언제 어디서 만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이들에게 살인이라는 범죄가 일어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상대방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아니 의심이라기보단 내가 알고 있던 상대방에 대한 정보에 대해 믿음이 깨진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상대는 변한 것이 없이지만 상대를 바라보는 내 눈이 변해버렸으니깐.

내 배속으로 낳은 자식도 다 알지 못한다. 하물며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서 만난 인연들을 내가 얼마나 속속들이 알까 싶다. 이 책은 고급 실버타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풀어가면서 다양한 인물들의 여러 면을 보게 된다. 실버타운에서 만나는 인연들이 내가 생각했던 인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체감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물론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실망할 수 도 있고 더 사이가 애틋해질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인간관계에서 가볍게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살인이라는 큰 사건 앞에서 과연 옆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을까?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절대적인 믿음을 준다. 절대 선일 것만 같던 내 지인이 절대 악이 될 수도 있으며 선과 악의 구분이라기보단 비밀은 없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비밀투성일 수도 있다는 공포. 정말 공포 그 자체이다.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한 번에 무너지는 느낌은 공포이다. 이 책은 살인자의 무서움보다는 믿음에 대한 의문, 의심이 불러오는 공포가 얼마나 무서운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과연 내 배우자, 내 자식, 내 부모님, 내 친구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연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그 사람의 대부분이 맞을까? 그렇다고 인간을 너무 안 믿을 수도 없다. 믿음, 신뢰가 없는 세상을 살기엔 내가 스트레스받아서 제 명에 못 살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후유증이 생긴다. 하지만 빠져나와야 한다. 좋은 모습만 보려고 노력하고 설사 실망하는 모습이 보이더라도 상처 최대한 덜 받으면서 그런 모습도 다른 상황에서는 실망되는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내 주변인들에게 신뢰도 쌓이면서 다른 모습을 봐도 금방 극복할 수 있다. 말은 참 쉬워도 실행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관계에 관한 책은 많이 있지만 살인사건과 연관되어서 풀어내는 이야기들 대부분은 살인자의 추악한 면을 발견해 가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살인자만 아니라 피해자, 사건과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면을 들춰내면서 선과 악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간은 다양한 면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과연 한 두 마디로 한 인간을 정의할 수 있는 세상은 올 수 있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장면)은?

-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여기서는 타인을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물었지만 역설적으로 나 자신에 대해서도 과연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과 성격, 생각 등 뚜렷하게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항상 내면의 목소리, 울림 등을 귀 기울이라는데 과연 내가 얼마나 내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까? 솔직히 가장 소홀히 대하고 있진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부터 알아가는 일을 먼저 해야겠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인간관계에 살짝 지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스릴러이지만 서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에 어떤 위로가 될 수 도 있는 책일 것 같습니다. 대놓고 위로해 주는 책이 아니라서 마음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령 위로를 받지 못해도 좋은 문학소설 한 편 읽은 걸로 생각해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