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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생각의 방

[로맨스 푸어]나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기도 하고

by 쟁(Jeng) 2023. 2. 16.

이 책을 선택한 이유?

- 바이러스에 점령당한 세상이라 지금이랑 시기가 딱이네! 하는 마음과 너무 범죄물만 읽는 것 같은 기분에 조금은 산뜻한 색다른 장르의 책을 읽고 싶어서 선택했다.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사랑으로 달래 보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이 책에 있는 일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우리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듯이. 세상 일이라는 게 내 생각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니. 

감상평

- 일단 다 읽고 가장 많이 남은 감정은 허무함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 고난의 시기에도 치열하게 사는 것인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나라면 주인공과 같은 선택을 했을까? 아마 나는 다르게 선택했을 것 같다. 가족이 정말 중요하고 내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지만 정말 극한까지 가면 과연 나라는 존재를 포기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다. 

세상에 예상치 못한 역병이 돌 때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변하고 우리 삶이 얼마나 쉽게 망가지는지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마치 꼭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것을 알고 쓴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물론 책에서는 역병보다는 좀비에게 당하는 세상이 펼쳐지니깐 더 무섭고 더 치열하다. 하지만 세상에 고난이 찾아올 때 사람들의 민낯은 과감하게 드러나는 것은 역병이든 알 수 없는 위협이든 같다. 책에서도 현실에서도 구조물자나 방역품이 귀해지니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아니면 자본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것이 도덕적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세상에서 젤 중요한 것은 온전히 살아남는 것이니깐.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된 세상에서도 인간은 참으로 흥미롭다. 살아남는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사랑, 희생, 혁명 등의 감정을 느끼고 행동한다. 설령 그 감정들이 내 생존에 방해가 된다 하더라도. 나도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했다. 누군가가 볼 때는 그렇면 안 되는 행동을 한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고 거기서도 인간답게 살 방법을 우리 모두 터득해서 살아가고 있다. 한 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이젠 일상이 되어 버린 순간 사람들은 생존을 최우선에 놓지 않기 시작했다. 이 책의 세상도 좀비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금 현실처럼 변할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좀비와 함께 공존하는 법을 찾을 것이고 거기에 적응하며 새로운 생명들도 다시 태어날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극한 상황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그 상황에서 많은 인물들이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며 그 선택들이 모여 사회가 작동한다. 설령 그 사회가 내 마음에 안 들지언정 사회는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의 선택으로 인해 변화된다. 그 변화에 맞춰갈 것인지 이탈할 것인지의 선택은 내가 한다. 내 선택으로 인해 따르는 변화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혼자 살았다면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을 많이 없었을 것 같다. 내 선택으로 인한 책임은 나 하나만 지면 되니 책임감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는 선택을 선뜻 내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선택을 유보할 수도 없다. 내 선택으로 인해 영향받는 존재가 늘어나니 책임감의 무게는 어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코로나 시대에도 보호받을 수 있는 소외되지 않기 위해 나는 노력을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혼란의 시대에도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더 심한 고난이 와도 우리 가족은 그 고난을 가뿐히 넘겼으면 좋겠다. 책에서 주인공은 분명 고난을 가뿐히 넘길 방법이 있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두 눈 찔끔 감고 그 방법을 선택했을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은 나와 다른 선택을 한다. 분명 주인공은 내가 느끼지 못한 무언가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 나와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주인공을 비난하거나 비하하고 싶진 않다. 이제껏 세상을 살다 보니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이 더 당연하다는 것을 알았다.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나와 같은 선택을 한 주인공이라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당황했을 것 같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선택이라는 무게감과 고민을 발견했다. 다른 누군가는 사랑을 느꼈을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자본주의를 깨다를 수도 있다. 그저 한낱 좀비물이라고 이 소설이 소비되기엔 아깝다. 많은 주제가 적절하게 잘 녹아져 있는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을 이 책은 해낸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장면)은?

- "나도 둘 중 하나만 하고 싶어요! 그럼 저도 속 편할 거 같아요. 그런데 안 되는데 어떡해요. 천하의 나쁜 년이고 희대의 잡년이라 해도 어쩔 수 없어요. 토 쏠리게 해서 정말 미안한데요, 저도 방법이 없다고요." 

정말 공감 가는 구절이었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대부분 우리는 하나만 선택하라고 강요받는다. 여러 가지를 가질 수는 없다고 수도 없이 말을 듣는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사실 다 갖고 싶은 적이 대부분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인가? 정말 그렇게 되면 욕심쟁이 나쁜 것이 될 수밖에 없나? 이분법적인 선택이 아닌 모두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들만 세상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것 또한 욕심인 것을 알지만 다 갖고 싶은 욕망을 한 번쯤은 이뤄보고 싶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코로나로 마음이 지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아니면 정말 가벼운 좀비물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좀비물 입문자들이 보기 좋은 가벼운 이야기입니다. 읽고 나면 묘하게 위로받습니다.